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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천 튤립 브라자

poem264 2020. 7. 22. 03:51

 안양천 튤립 브라자

                 권   혁   모

 

너는 바람의 언덕 웃자란 그리움이다

살굿빛 혹은 순백의 잠 못 드는 안나푸르나

가릴 것 있었나 보다 손바닥만큼 그만큼

 

안양천 따라온 봄도 발가락이 아픈가 보네

이토록 명치끝에 자리를 펴신 그대들

사는 건 거추장한 낭만 당당하게 벗었다.

 

네덜란드 아니라도 동대문시장 속옷 가게

유전자까지 오려 만든 색상들의 대반란

옥탑방 빨랫줄에서 온 세상을 흔들 거다.

                   (2020. 제9회 월간문학상 수상작)

 

안양천 미스 튤립

 

   하루가 문을 여는 안양천 새벽 마라톤길, 온갖 꽃들이 눈을 뜨는 봄날 아침은 뜨거움으로 달아오른다. 그날 한 곳에 넓은 자리를 펴고 형형색색의 튤립이 막 피기 시작하였다. 꽃대를 치켜들고 서서 한껏 자랑하는 바람의 언덕이었고, “웃자란 그리움이었다. “살굿빛 혹은 순백의 잠 못 드는 안나푸르나보다 더 신비한 모습이 어디 있을까? 그건 필시 튤립을 넘은 여자의 가슴이었다.

   이제 그 튤립은 숨 막히는 모습으로 한 곳에 모여 여성 해방(women liberation)’이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날 잔세스칸스에서 보았던 튤립 축제 아니면, 재래시장의 속옷 가게에서 보았던 화려한 색상 그대로이다. 유전자 변형을 한 색상의 반란은 이제 온 세상을 흔들고 있다. 결국 안양천 튤립은 여성성의 상징으로 떠올라, 오늘은 살아가는 그녀들의 당당함을 지켜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