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목적 글 7

철도 관사골의 봄

□ 《영주문화》 - 원고 철도 관사골의 봄 권혁모(시조시인) 어떤 추억에 대한 그리움이나 타향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향수鄕愁이다. 흔히 고향이라 하면 육신이 태어나서 자란 곳이라는 생각이 앞서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늘 마음으로 그리워하거나 정답게 느끼는 곳은 모두 고향이 아니겠는가? “동구 밖 키 큰 장승 십리 벌을 다스리고 / 푸수풀 깊은 골에 시절 잊은 물레방아 / 추풍령 드리운 낙조에 한 폭 그림이던 곳 // 소년은 풀빛을 끌고 세월 속을 갔건만은 / 버들피리 언덕 위에 두고 온 마음 하나 / 올해도 차마 못 잊어 봄을 울고 갔드란다.” -정완영, 「고향 생각」 부분 사람은 누구에게나 고향이 있다. 내게는 마음속 뜨거운 고향, 비록 태어난 곳은 안동이지만 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고향이 ..

철도원 나의 아버지

2022년 여름호 / VOL 15 에서 철도원 나의 아버지 권 혁 모 수 년 전 재개봉된 영화 《철도원》을 본 적이 있다. 2대째 철도원인 호로마이역의 역장 사토 오토마츠에게는 가정보다 철도원의 임무가 더 중요하였다. 생후 두 달 만에 죽은 딸 유키코는 17년 동안이나 아버지인 오토마츠 역장 앞에 환생하여 즐거움을 주는 등, 눈 덮인 삿포로의 시골 역사 속으로 눈길이 빠져들게 하였다. 나의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에 남선소학교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증기기관차와 디젤기관차를 운전하신 철도원 1세대 기관사이셨다. 해방 후 스무 살 무렵부터 남선면 신석리 납들에서 산길 삼십 리를 걸어 읍내까지 출퇴근하셨다. 기늘(현 안동고등학교 부근의 그늘진 동네)의 나룻배가 뜨지 않을 때에는 안동대교를 돌아 강정(정상동)을 ..

탁발 유정托鉢有情

2022. 04. 월호 - 영축총림 통도사 간 탁발 유정托鉢有情 권 혁 모 한 편의 서정시라 하여도 될 구수한 노랫가락이 있다. 지난 80년대 한국적 정서를 담아내는 정태춘의 「탁발의 새벽」은 이렇게 시작된다. “승냥이 울음 따라 따라간다. 별빛 차가운 저 숲길을 / 시냇가 물소리도 가까이 들린다. 어서 어서 가자 / 길섶의 풀벌레들 저리 우니 석가세존이 다녀가셨나 / 본당의 목탁 소리 귀에 익으니 어서 어서 가자 ~” 늑대의 한 종류인 승냥이 울음을 따라, 별빛 차가운 숲길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를 배경으로 어서 어서 가야 한다는 스님의 분주한 발길이 애잔하게 그려진다. 절창은 셋째 연에 있다. 길섶의 풀벌레 울음과 석가세존은 어떤 관계인가? 사실 ‘풀벌레’와 ‘석가세존’은 어떤 관계 설정이 불가하지만..

대종회장 인사

친애하는 이사님 그리고 족친님 안녕하십니까? 길고 긴 역병 속에서도 어김없이 봄은 다시 오고 있습니다. 대자연은 저마다의 신색身色으로 넘쳐흐르고,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었던 코로나의 긴 터널도 조금씩 빛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봄바람 언뜻 불어 청명절 가까우니 / 보슬비 보슬보슬 저물도록 개지 않네 / 집 모퉁이 살구꽃은 활짝 피려는지 / 몇 가지 이슬 머금고 사람 향해 기울었네” 조선 전기의 양촌 권근 선생의 살구꽃 시가 그윽한 봄을 재촉하고 있는 듯한데, 때를 맞추어 드디어 우리 권문의 문인들이 모여 역사적인 문학지 『태사문학』(대표 권필원)을 창간하였습니다. 이는 100만 족친과 더불어 참으로 의미 있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시인과 소설가 그리고 한학자가 수 없이 많은 명..